생존
자본주의는 녹록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돈을 버는 것과 돈을 잃지 않는 것이 전혀 다른 별개이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 것에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낙천적 사고를 하고, 적극적 태도를 갖는 등의 요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돈을 잃지 않는 것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재주를 요한다. 겸손해야 하고, 또한 돈을 벌 때만큼이나 빨리 돈이 사라질 수 있음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번 돈의 적어도 일부는 행운의 덕이므로 과거의 성공을 되풀이할 거라 믿지 말고, 겸손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전멸하는 일 없이, 포기하는 일 없이 오랫동안 살아남는 능력이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투자든, 커리어든, 사업이든 상관없이 생존이 여러분의 전략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돈 문제에서 '생존'이라는 사고방식이 중요한 이유
돈에서 '생존'이라는 사고방식이 중요한 이유는,
첫째, 아무리 큰 이익도 전멸을 감수할 만한 가치는 없다.
둘째, 복리의 수학적 원리가 직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복리의 원리가 빛을 발하려면 자산이 불어날 수 있게 오랜 세월을 허락해야 한다. 10년이면 의미 있는 차이가 생길 수 있고, 50년이면 대단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그 대단한 성장을 이루고 지켜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겪게 되는 예측 불가능한 수많은 오르막, 내리막을 견디고 살아남아야 한다.
워런 버핏이 어떻게 그런 투자수익률을 거두었는지 알아내려고 밤낮으로 매달릴 수도 있다. 이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보다 덜 어려우면서도 똑같이 중요한 일이 있다. 버핏이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주목하는 것이다.
그는 빚에 흥분하지 않았다. 그는 패닉에 빠져 주식을 파는일 없이 14번의 경기침체를 견뎠고 살아남았다.
그는 자신의 사업적 명성을 더럽히지 않았다. 그는 한 가지 전략, 한 가지 세계관,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트렌트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는 남의 돈에 의존하지 않았다(상장기업을 통해 투자를 관라한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자금을 인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스스로를 녹초로 만들거나, 중도 포기하거나, 은퇴하지 않았다.
그는 살아남았다. 생존이 그의 장수비결이다. 장수(열 살 때부터 최소한 여든아홉까지 꾸준히 투자한 것)는 복리의 기적을 일으킨다. 바로 이것이 그의 성공을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버핏과 멍거, 게린은 공동으로 투자를 하고, 사업을 맡길 매니저 면접도 함께 보았다. 그러다가 게린은 사라져 버렸다. 사건의 전말을 보면 릭 게린은 1973년부터 1974년까지 이어진 경기 하락 때 일종의 대출금을 사용해 투자금을 늘렸다. 그런데 이 2년 동안 주식시장은 거의 70% 하락했고, 게린은 추가 증거금 납부를 요구받았다. 게린은 갖고 있던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주당 40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버핏에게 팔았다. 릭은 대출금을 사용했기 때문에 주식을 팔 수밖에 없었다.
버핏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찰리와 저는 늘 우리가 믿기지 않을 만큼의 부자가 될 거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는 부자가 되려고 서두르지 않았어요. 결국 그렇게 될 거라는 걸 알았으니깐요. 릭 역시 우리 못지않게 똑똑했지만 그는 서둘렀던 거지요"
멍거와 버핏, 게린은 부자가 되는 데 똑같이 재주가 있었다. 그러나 버핏과 멍거는 '부자로 남는 재주'까지 추가로 있었다. 시간이 지났을 때 가장 중요한 재주는 바로 이것이다.
'살아남는다'는 사고방식을 현실 세계에 적용하면 핵심은 세가지다.
파산하지만 않는다면 결국엔 가장 큰 수익을 얻는다.
복리의 원리가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우리는 오래 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강세장에서 현금을 들고 있으면 보수적으로 보이고, 스스로도 그런 느낌이 든다. 그 훌륭한 자산들을 소유하지 않음으로 인해 내가 포기하는 수익이 얼마인지 예리하게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현금 덕분에 약세장에서 주식을 팔지 않아도 된다면, 그 현금으로 인한 실제 수익률은 연간 1%가 아니라 그 몇 배일 수 있다. 좋지 않은 시기에 절박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식 파는 일을 한 번 막는 것이, 크게 성공할 주식 수십 가지를 고르는 것보다 평생 수익률에는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복리의 원리는 큰 수익률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저 썩 괜찮은 수익률이 중단 없이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되기만 하면 결국엔 승리할 것이다.
계획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한 계획을 세운다.
계획이란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때에만 쓸모가 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일로 가득한 미래야말로 누구나 맞닥뜨릴 현실이다. 좋은 계획이란 이런 험준한 현실을 애써 아닌 척하지 않는다. 좋은 계획은 이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오류의 여지를 강조한다. 계획 속의 구체적 요소들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한다면 그만큼 경제생활은 위태롭다는 뜻이다. 반면 나의 저축 비율에 오류의 여지가 크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30년간 시장수익률이 8퍼센트라면 좋겠지만, 4퍼센트만 되어도 나는 문제없을 거야." 이렇게 되면 계획은 더 큰 가치를 갖게 된다.
안전마진은 보수적인 것과는 다르다. 보수적인 것은 특정 수준의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이다. 안전마진은 생존 확률을 높임으로써 주어진 리스크 수준에서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안전마진이 넓다면 결과가 그리 우호적이지 않아도 여전히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면서 동시에 비관적이어야 한다.
현명한 낙천주의는 확률이 나에게 유리하며, 중간에 많은 고난이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균형이 맞춰져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믿음이다. 사실 중간에 분명히 고난이 있으리라는 것을 우리도 '알고 있다'. 장기적인 성장궤도는 올바른 쪽으로, 위를 향하고 있다고 낙관할 수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도중에 때때로 지뢰밭이 있다는 것 역시 똑같이 확신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170년 동안 미국의 생활 수준은 20배 높아졌다. 하지만 비관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의 매일 존재했다. 편집증과 낙천주의를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낙천주의의 이점을 누릴 수 있을 만큼 오래 버티려면 단기적으로는 편집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제시 리버모어는 아주 어렵게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좋을 때가 온 것을 곧 나쁜 시절이 끝난 것으로 이해했다. 부자가 되고 나니 당연히 부자로 남을 것 같았고 스스로 무적이 된 기분이었다. 거의 모든 것을 잃은 후에 그는 다음과 같이 곱씹었다.
투기꾼이 자만하지 않는 법을 배울 수만 있다면 아무리 큰돈을 지불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토록 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처참하게 부서진 것은 모두 자만 때문이다.
부자가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부자로 남는 것이다.
바로 살아남는 일이다.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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